현장

스케치

2023 정서지원 네트워크 vol.1

 2022년 강서동행 컨퍼런스를 계기로 처음 열렸던 정서지원 네트워크.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정서지원 실무자와 주민이 함께 모여 자신의 고민과 서로의 자원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였습니다. 작년에 열렸던 정서지원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들린 단어는 단연 ‘힐링’과 ‘공감’이었습니다. 나 혼자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데서 오는 용기와 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서로 공감을 많이 주고받았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다만 정보교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이들이 자기돌봄까지 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인한 모나드움은 2023년에도 정서지원 네트워크를 열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나누며 시행착오는 줄이고, 상대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서로 힘을 모아 새로운 정서지원의 길을 낼 수 있도록요!


4월 20일, 강서구 생활권에서 일하는 교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주민, 각종 단체의 실무자들이 모여 둥그렇게 둘러앉았습니다. 처음 이 자리를 찾아준 참여자에게는 따뜻한 눈빛과 환대의 인사말을, 다시 만나 반가운 얼굴들과는 손을 맞잡고 포옹을 나눴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어요. 이번 정서지원 네트워크의 키워드는 ‘자기돌봄’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몸과 마음은 괜찮은지.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고 몸과 마음을 보아주는 짧은 명상을 시작으로 정서지원 네트워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기소개의 방식은 특별했습니다. ‘연결하는 명함’을 가지고 자신을 소개하는 단어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색색의 펜으로 쓴, 이 ‘연결하는 명함’을 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아이들, 지역사회, 일상의 회복, 생동감, 건강, 연결고리, 꿈…. 아름다운 단어들이 명함을 빼곡히 채운 게 보였어요. 둘씩 짝을 짓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상대의 말소리에 집중하는 얼굴, 정성스럽게 경청하는 자세, 수줍게 자신을 설명하는 말소리. 적힌 단어들만큼이나 고운 이야기들이 소담스럽게 공간을 채웠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 자신의 소망, 이루고 싶은 비전들이 쏟아졌어요. 정서지원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자리,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 한 사람의 역사를 간단히 들어보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내가 몰랐던 정서지원 정책들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명함을 나눈 뒤엔 둘러앉은 중앙으로 펼쳐진 센터피스 위의 이미지 카드를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 나의 시간에 선물을 주듯이, 1월부터 4월인 지금까지 "정서지원 (예비)활동가로서 마음에 들었던 내 모습"과 가까운 이미지 카드를 한 장 골랐어요. 다시 짝을 지어 왜 그 이미지 카드를 뽑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요. 더 잘, 더 많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이번엔 새로운 ‘듣는 방식’을 제안했어요. 첫 번째는 침묵하며 듣고, 그다음엔 반영하며 듣습니다. 새로운 대화방식은 낯설지만 상대의 말을 더 정확히 듣고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된 이야기. “복지관에서 만난 어르신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외로워 보여서요.” “죄송하고 짠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우리 할머니 보는 것 같아서요.” 자신이 뽑은 이미지를 설명하며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이 늙고 쇠약하고 외로운 느낌이 드는 단어들로 자신의 이미지를 설명했어요. 곳곳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걸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들렸던 한 참여자의 이 물음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습니다.

어느새 자리를 마쳐야 하는 시간. 한정된 시간에 이야기 나눌 시간이 부족해 모두가 아쉬워했어요. 짧은 한 문장으로 오늘의 대화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느낌을 이야기하며 자리를 정리합니다.

 

“만난 모든 분이 따뜻했어요. 앞으로의 만남도 기대가 돼요.”

“기운이 나요. 제게 배움의 욕구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지하는 관계가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사랑을 느꼈습니다.”

“일상에서 내 이야기를 온전히 할 자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새로웠고,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회자 분이 ‘귀한 이야기 귀하게 듣자’고 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좋네요.”

“뭉클하고 든든해요. 사람이 참 고맙죠. 이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에 축하하고 감사하고 싶어요.”

말하는 법과 듣는 법에 관해서 배웠네요. 행복하고 평온합니다.”

수용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기에 계신 한 분, 한 분이 정말 궁금해요. 깊이 알아가고 싶어요.”

 

하반기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센터피스의 꽃을 한 송이씩 나눠 가진 뒤 헤어짐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정서지원 네트워크에서 단단해진 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과 타인을 돌보며 바꾸어나갈 사회의 모습이 기대되었어요. 모나드움은 앞으로도 정서지원 활동을 하는 모든 분을 위해 움직이며, 이들의 든든한 마을기업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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